빵을 먹고 아무것도 안 했을 때 혈당이 최대 98 올랐는데, 스쿼트를 했더니 최대 52 상승에 그쳤습니다. 같은 음식, 같은 사람인데 운동 하나로 결과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저는 직접 이 수치를 확인하고 나서야 운동이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당뇨인에게는 사실상 치료 행위에 가깝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강도별 스쿼트 혈당 수치,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날까
실험은 세 가지 강도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저강도는 10개씩 5세트(총 50개), 중강도는 25개씩 5세트(총 125개), 고강도는 35개씩 5세트(총 175개)입니다. 세 조건 모두 동일한 단백질 식빵 한 장 반을 먹고 15분 뒤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 없음: 식전 90 → 식후 1시간 188 → 2시간 160 (최고 98 상승)
- 저강도 스쿼트: 식전 95 → 식후 1시간 161 → 2시간 149 (최고 66 상승)
- 중강도 스쿼트: 식전 97 → 식후 1시간 149 → 2시간 115 (최고 52 상승)
- 고강도 스쿼트: 식전 123 → 식후 1시간 180 → 2시간 104 (최고 57 상승)
수치만 보면 중강도가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고강도의 2시간 혈당은 104로 세 조건 중 가장 낮게 떨어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에 예상 밖이었습니다. 더 많이 움직이면 혈당이 더 잘 떨어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고강도 운동이 오히려 1시간 혈당에서는 저강도보다 높게 나온 것입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역할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강도 운동이 혈당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이유
격렬한 운동을 하면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순간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 분비됩니다. 카테콜아민이란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총칭으로, 간에 신호를 보내 저장된 글리코겐을 빠르게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액 속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근육은 열심히 포도당을 소모하고 있는데, 간에서 동시에 포도당을 새로 쏟아내니 운동 중 또는 직후에 혈당이 오히려 오르는 역전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소모기 현상도 영향을 줍니다. 소모기 현상이란 운동 후 혈당이 낮아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신체가 혈당을 다시 끌어올리는 생리 반응을 말합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고강도 운동 직후 혈당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당뇨병 학회(ADA)는 격렬한 운동 후 일시적인 고혈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당화혈색소(HbA1c) 개선과 인슐린 감수성 향상에 운동이 유익하다고 결론짓습니다(출처: 미국 당뇨병 학회). 당화혈색소(HbA1c)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당뇨 관리의 핵심 수치 중 하나입니다. 즉, 하루하루의 혈당 수치만 보고 운동을 평가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육이 혈당을 처리하는 원리, 왜 스쿼트인가
식사 후 혈액 속 포도당의 70~80%는 골격근(skeletal muscle)이 흡수해서 처리합니다. 골격근이란 우리가 의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뼈에 붙은 근육으로, 허벅지처럼 몸에서 부피가 큰 근육 그룹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나머지는 간, 뇌, 지방 조직 등에서 분담합니다. 혈당을 낮추는 가장 큰 기관이 근육이라는 사실, 이것이 스쿼트가 당뇨 운동으로 반복해서 권장되는 핵심 이유입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식후 20분 정도의 근력 운동만으로도 혈당이 빠르게 내려가고 고혈당 유지 시간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 효과입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인슐린이 혈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의 효율을 말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더 많은 혈당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근력 운동으로도 이후 약 24시간 동안 근육의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오늘 스쿼트를 했다면 오늘 저녁 식사, 심지어 내일 아침 식사의 혈당 반응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운동을 이해하는 방식도 이쯤에서 바뀌었습니다. 운동을 칼로리 소모 수단으로 보던 시각에서, 근육을 외부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보조 췌장으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내 췌장 기능이 줄어든 만큼 근육이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생각하면, 스쿼트 한 세트 한 세트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혈당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운동 루틴 설계
운동 권고안에 따르면 당뇨인은 주 3회 이상, 이틀 연속으로 쉬지 않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한 번의 운동 효과가 24~72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며칠 몰아서 하는 것보다 짧더라도 자주 움직이는 것이 혈당 관리에 훨씬 유리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원칙이 생각보다 체감 차이가 큽니다. 저는 당뇨 진단 후 약 1년간 꾸준히 운동해서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 나았다'고 판단하고 운동을 멈춘 것이 문제였습니다. 6개월 뒤 혈당 수치는 다시 크게 나빠졌고, 그제야 당뇨는 운동을 멈추면 바로 되돌아오는 관리 대상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 저의 루틴은 주 5,6일 근력운동 약 30분에 걷기나 가벼운 런닝 30,40분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고탄수 식사를 한 날에는 고강도보다 중저강도로 시간을 길게 가져가고, 식단 조절이 잘 된 날에는 무게나 세트 수를 늘려 근력 향상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식단과 운동 강도를 연동해서 조절하다 보니 혈당 변동 폭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루틴을 짜려다 보면 오히려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운동이든 상관없습니다. 산책이든 스쿼트 10개든, 무조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국 당뇨 관리에서 식단과 운동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어떤 보조 식품이나 영양제도 꾸준한 운동이 주는 효과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스쿼트 하나로 혈당 상승폭이 98에서 52로 줄어드는 데이터가 그 사실을 직접 보여줍니다. 오늘 당장 완벽한 루틴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식사 후 10분만 걸어도, 그 자체가 혈당을 낮추는 행동입니다. 지속 가능한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 관리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