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병이 이렇게 까다로운지 몰랐습니다. 당뇨라고 하면 그냥 단 거 조금 줄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침마다 배에 주사를 놓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당뇨 진단, 그게 왜 족쇄가 되는가
혹시 당뇨를 진단받아도 "관리하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하신 적 있습니까?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매일 약을 챙겨야 하고, 상태에 따라서는 하루 세 번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3개월에 한 번은 병원에 가서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해야 하고, 매년 합병증 검사도 빠짐없이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단순 공복 혈당보다 훨씬 정확하게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정상 범위는 5.6 이하이며, 6.5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합니다.
무엇보다 힘든 건 먹는 자유를 잃는다는 겁니다. 회식 자리에서 고기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것, 퇴근 후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 집어 드는 것, 이런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전부 혈당 수치에 반영됩니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병입니다. 라면을 먹지 않았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먹은 라면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을 올리고 췌장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몸이 그대로 기록합니다.
당뇨 진단 초기에 5~10% 정도는 응급실에서 처음 발견된다고 합니다.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처음 발병당시 500이 넘는 혈당이 나왔습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슐린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에서 몸이 지방을 급격히 분해하며 독성 물질인 케톤체가 혈액에 쌓이는 상태입니다. 구토와 극심한 복통이 동반되고 혈당이 400~500을 훌쩍 넘겨서야 당뇨를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병은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병증, 얼마나 심각하게 봐야 하는가
발이 썩는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당뇨발로 양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게 된 사례가 응급실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당뇨 신경병증으로 고통을 느끼는 신경이 손상되어 상처가 나도 모르고 방치하다가 괴사로 이어진 것입니다.
당뇨 합병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대혈관 합병증: 심근경색, 뇌경색처럼 굵은 혈관이 막히는 질환
- 미세혈관 합병증: 당뇨 망막병증(실명 위험), 당뇨 신장병증(투석 가능), 당뇨 신경병증(발 절단 위험)
여기서 당뇨 망막병증이란 고혈당으로 인해 눈 안쪽 망막의 가느다란 혈관이 손상되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합병증을 말합니다. 증상이 거의 없다가 갑자기 악화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안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40대, 50대 초반에 당뇨를 진단받으면 합병증이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10대에서 2형 당뇨가 지난 10년 사이 약 4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 정말 심각합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2형 당뇨란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1형과 달리, 인슐린이 분비는 되지만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운동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합병증이 무서운 이유는 한 곳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는 데 있습니다. 눈이 나빠지고, 콩팥이 나빠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초기에 안과 검사만 꾸준히 다녀도 뒤따르는 합병증을 상당 부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더 취약한 이유, 인슐린 저항성
당뇨가 뚱뚱한 사람에게만 생긴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큰 오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많은 분들이 방심하는 지점입니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약 20% 작고 인슐린 분비량도 적습니다. 거기에 쌀 중심의 고탄수화물 식문화가 더해져 마른 체형임에도 당뇨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마른 당뇨라고 부릅니다. 체질량지수(BMI)는 정상 범위인데 내장지방이 쌓인 마른 비만 상태가 당뇨 발병의 핵심 원인이 됩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받아도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혈당은 높은데 근육 세포 안에는 포도당이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결국 혈액 속에 남은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면서 당뇨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것이 반복될수록 췌장이 지치고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됩니다. 식후 심한 식곤증과 바로 이어지는 허기가 혈당 스파이크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오랫동안 그냥 피곤한 거라고 넘겼습니다.
한국인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 또는 당뇨 전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특히 허벅지 근육량이 적은 분들이 마른 당뇨에 더 취약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예방 습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저는 진단 이후 몇 가지를 실제로 바꿨습니다. 백미를 잡곡밥으로 바꿨고, 식사 순서를 채소와 단백질 먼저, 밥은 나중에 먹는 거꾸로 식사법으로 바꿨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식후 혈당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백미 대신 잡곡밥으로 바꿨을 때 당뇨 발생률이 36% 낮아졌고, 밥이 주식인 아시아인 대상 연구에서는 백미를 계속 먹은 그룹이 잡곡밥 그룹보다 당뇨 발생률이 55% 높게 나타났습니다.
당뇨 관리와 예방을 위해 챙겨야 할 핵심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화혈색소 검사: 3개월에 한 번, 혈당 조절 상태 전반을 확인
- 안저 검사: 1년에 한 번, 망막병증 조기 발견
- 콩팥 기능 검사(사구체 여과율, 단백뇨 검사): 1년에 한 번
- 당뇨 신경 검사 및 당뇨발 검사: 1년에 한 번
- 독감 예방 접종: 매년, 당뇨 환자는 감염 시 중증도가 높아 필수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아침을 잘못 먹었다고 해서 오늘을 포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점심을 조심하고, 저녁을 조심하면 됩니다. 과자가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공복 시간을 늘리고 운동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인 관리입니다. 지나온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오늘 저녁 식단은 바꿀 수 있습니다.
당뇨를 진단받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지금 관리를 시작하면 충분히 합병증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당뇨를 진단받고 제대로 관리한 사람이 진단을 모른 채 방치한 사람보다 오히려 수명이 깁니다. 이 병이 알려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변화는 어찌 보면 더 오래 살기 위해 원래 해야 했던 일들입니다. 지금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