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겁부터 나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은 없으면 사람이 사망하는 필수 영양소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코로나19로 중환자실에서 두 달 넘게 TPN(정맥 영양)으로만 연명하면서 몸무게가 20kg 가까이 빠진 저는, 그제야 몸의 구성 성분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를 제대로 짚어볼 때가 됐습니다.
LDL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나쁜 걸까요
검진 결과를 받아 들고 LDL 수치를 보면서 당장 어디 아픈 건 아닌가 걱정해 본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오해의 출발점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분자 자체는 동일한데, 어떤 지단백질(lipoprotein)에 실려 이동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지단백질이란 기름 성분인 콜레스테롤이 물 성분인 혈액 안에서 뭉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감싸주는 운반 단백질을 말합니다. LDL(저밀도 지단백질)은 간에서 만든 콜레스테롤을 몸 곳곳에 배달하는 역할을 하고, HDL(고밀도 지단백질)은 혈관 벽 등 잘못된 곳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오는 역할을 합니다. 즉, LDL이 나쁘고 HDL이 좋다는 식의 이분법보다는, LDL이 과잉 상태일 때 혈관 벽에 쌓이면서 동맥경화(atherosclerosis)를 일으킨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여기서 동맥경화란 혈관 벽 안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세포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변화가 오랫동안 진행되어야 비로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LDL이 180이 나왔다고 바로 약을 먹어야 할까요? 일반인 기준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160을 초과할 때 고지혈증으로 분류해 관리를 시작합니다. 또 총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triglyceride) 수치는 그날 먹은 음식과 컨디션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 한 번 검사로 제 몸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다면, 식단 조절은 소용없을까요
콜레스테롤을 줄이겠다며 삼겹살을 끊어본 적 있습니까? 저도 한동안 고기를 멀리했는데, 사실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사용하는 콜레스테롤의 약 80%는 간이 직접 탄수화물을 원료로 합성하고, 음식으로 직접 섭취되는 것은 20%에 불과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그러니 육류를 끊는다고 해서 수치가 극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도, 간이 탄수화물 공급을 더 많이 받으면 콜레스테롤 합성을 늘려버리기도 합니다. 제가 중환자실 이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것도 비슷했습니다. 먹는 것을 아무리 조심해도 수치가 생각만큼 잡히지 않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게 다 간의 체질적 합성 능력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
육류의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이 직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기보다, 포화지방산이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경로로 영향을 준다는 점도 구분해서 알아두면 좋습니다. 여기서 포화지방산이란 상온에서 굳는 성질의 지방으로, 주로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식물성 기름이나 등 푸른 생선에 많은 불포화지방산(unsaturated fatty acid)은 혈관 건강에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전체 칼로리 균형과 체중 관리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배만 볼록 나오는 내장지방형 비만이라면, 단순당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수치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스타틴 공포, 정말 근거가 있는 걸까요
이 부분은 솔직히 저도 한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유튜브에서 스타틴이 위험하다는 영상을 보다 보면, 진짜로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스타틴(statin)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HMG-CoA 환원효소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쉽게 말해, 간에게 "탄수화물을 먹어도 콜레스테롤로 너무 많이 전환하지 마라"라고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 수천 건의 임상시험에서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을 뚜렷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된 약입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짚고 싶습니다. HMG-CoA 경로는 콜레스테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포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CoQ10(코엔자임Q10)도 이 경로에서 함께 합성됩니다. 여기서 CoQ10이란 세포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항산화 보조 효소를 말합니다. 스타틴이 이 경로를 차단하면 CoQ10 생성도 함께 줄어들 수 있고, 이것이 근육 통증이나 피로감 같은 부작용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미국에서는 스타틴 복용 시 CoQ10 보충제를 권고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데, 제 경험상 한국에서는 이 부분을 먼저 꺼내는 의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스타틴이 무조건 나쁜 약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겪었거나 동맥경화가 진행된 환자라면, LDL을 100 이하, 경우에 따라 70 이하로 낮춰야 하고 이때 스타틴은 거의 필수입니다. 반면 위험 요인이 없는 일반인이 단순히 수치가 조금 높다는 이유만으로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틴을 복용할 때 스스로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나의 뇌졸중·심근경색 위험도가 어느 단계인지 의사와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 근육 통증, 극심한 피로감 등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의사와 상의한다
- CoQ10 보충제 병용 여부를 담당 의사에게 직접 물어본다
- 스타틴 포비아를 다루는 인터넷 콘텐츠는 내 상태를 진단한 의사의 판단과 별개로 받아들인다
동맥경화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할까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 남았습니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뿐이라는 말, 저도 완전히 동의합니다. 기름진 음식 피하고, 운동하면 된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지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는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맥경화 예방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위험 요인은 고혈압입니다. 뇌졸중 발생의 약 30%가 고혈압에서 기인하며, 이는 고지혈증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그다음으로 당뇨, 흡연, 고지혈증 순으로 위험 기여도가 높습니다.
실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서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입니다. 병원에서 재면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반응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카테콜아민이란 긴장 상황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으로, 혈압과 심박수를 일시적으로 높입니다. 이 때문에 병원 혈압 측정만으로 고혈압 여부를 단정하면 과잉 진단이 될 수 있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집에서 잰 혈압이 130/80mmHg을 넘는다면 그때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 당화혈색소(HbA1c)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6.0%를 넘기 시작하면 당뇨 전 단계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40대가 넘으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도 권합니다. 목 혈관에 동맥경화가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검사인데, 이 결과가 전신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몸의 수치 하나에 과도하게 겁을 먹는 것도, 반대로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며 방치하는 것도 모두 위험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저 자신도 간 내 담관의 수치가 한동안 크게 올라가는 경험을 했는데, 그때 배운 것은 "의사 말만 따르기보다 환자 스스로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의사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하루 한 끼를 꼭 제때 챙겨 먹고, 체중을 유지하려고 조금씩 걷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늘 집에서 혈압 한 번 재보는 것, 그게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나 약물 복용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