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당뇨가 제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39살에 혈당 수치 500이 넘는 상태로 병원 문을 걸어 들어갔고, 의사 선생님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공복혈당이 뭔지조차 몰랐던 그때,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요.

공복혈당이 위험 신호인 이유
공복혈당이란 8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혈액 안에 포도당이 얼마나 있는지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단순히 배가 고픈 상태를 재는 게 아니라, 몸이 스스로 혈당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정상 수치는 70
99mg/dl이고, 100
125mg/dl이면 전당뇨 단계로 봅니다.
제가 처음 공복혈당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이미 당뇨 판정을 받고 난 뒤였습니다. 그전에도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신호는 분명 있었습니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물을 자꾸 마시게 되고,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조 증상이 이미 시작된 상태였던 겁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세포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열쇠가 있어도 자물쇠가 맞지 않아 문이 열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안에 쌓이게 되고, 결국 공복혈당 수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국내 당뇨 관리 대상자는 당뇨병 환자와 전당뇨병 환자를 합산했을 때 2,000만 명을 이미 넘었습니다. 30세 이상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당뇨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이 숫자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제 주변에도 이미 40대에 당뇨 약을 복용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복혈당이 높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녁 늦게 먹는 식습관,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위주의 야식, 수면 장애, 만성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단백질은 소화 과정에서 오래도록 혈당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저녁에 고기를 많이 먹고 자면 다음 날 아침 공복혈당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전당뇨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함정
전당뇨란 공복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지만 아직 당뇨병 진단 기준인 126mg/dl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당뇨병 직전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생활 습관을 바꾸면 당뇨병으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허리 디스크 시술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맞은 것입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나서야 그게 당뇨 발병을 앞당긴 하나의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사전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텐데, 지금도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전당뇨 단계에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 수치가 딱 경계선이라 '아직은 괜찮다'고 방심하는 것
- 증상이 없으니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다 해결될 거라는 과신
- 저녁 식습관이나 음주는 줄이지 않으면서 아침 식단만 바꾸는 것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을 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저녁 습관이 나쁘면 공복혈당이 흔들린다는 점이요. 근육량이 많으면 포도당을 저장하는 능력이 좋아 혈당 조절에 유리하지만, 그것도 50대 이후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근감소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먹는 습관은 나이를 먹지 않는데 근육은 줄어드니, 결국 섭취량과 소비량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겁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상적인 식후 혈당은 140mg/dl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수치가 반복적으로 넘어가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점점 소모되어 결국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술자리 후 집에 와서 혈당을 재봤더니 192mg/dl가 나와서 직접 스트레칭을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혈당 관리,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
당뇨병은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닙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당뇨에 한 번 들어서면 매일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심각해지면 신장 기능이 망가져 투석을 받게 됩니다. 망막병증으로 시력을 잃기도 하고, 말초 혈관 손상으로 발가락이나 발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20~30대에 당뇨를 진단받으면 수십 년을 이 합병증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10년 내 당뇨 발병 위험도 계산표를 보면, 나이와 거주 지역, 흡연 여부, 혈압, 가족력, 허리둘레를 합산해 점수를 냅니다. 50대 남성 흡연자가 도심에 거주할 경우 10년 안에 당뇨에 걸릴 확률이 30%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입니다.
당질 제한 식이요법이란 탄수화물 섭취를 의도적으로 줄여 혈당 상승 폭을 낮추는 식사 방법입니다. 극단적으로 줄일 필요는 없지만, 저녁 늦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다음 날 공복혈당이 달라집니다. 식후 10분이라도 걷는 습관,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저항 운동, 수면의 질 관리까지 복합적으로 챙겨야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
저처럼 이미 판정을 받은 뒤 뒤늦게 관리를 시작하는 것보다, 공복혈당 수치가 100을 넘기 시작했을 때 행동을 바꾸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합니다. 이 글이 저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심각한 상태로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수치나 건강 상태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