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자꾸 들락거리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냥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저도 똑같이 그랬거든요. 당뇨가 찾아오는 방식이 딱 이렇습니다. 아주 조용하게, 대수롭지 않은 신호처럼 위장해서 들어옵니다. 저는 그 신호를 다이어트 중 나타나는 몸의 변화라고 착각하고 있었고, 그 착각이 초기 대응을 늦췄습니다.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 소변 변화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소변이 부쩍 잦아졌다면, 그리고 변기를 내려도 사라지지 않는 거품이 생겼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그 변화를 겪으면서도 당뇨와 연결 짓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설마 내가 당뇨라니, 라는 생각이 먼저였으니까요.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콩팥이 포도당을 모두 재흡수하지 못하고 소변으로 흘려보냅니다. 이때 포도당은 혼자 빠져나가지 않고 물을 끌고 나가는데, 이를 삼투성 이뇨라고 합니다. 삼투성 이뇨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삼투압 차이로 인해 수분이 신장을 통해 과도하게 배출되는 현상입니다. 결과적으로 소변량이 늘고, 목이 마르고, 에너지가 부족해 자꾸 먹게 됩니다. 이 세 가지를 당뇨의 대표 증상이라 하여 다뇨, 다음, 다식이라고 부릅니다.
거품뇨 역시 중요한 신호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나간다고 거품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거품뇨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새어나올 때 발생합니다. 이를 단백뇨라고 하는데, 단백뇨란 정상적으로는 콩팥에서 걸러져야 할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가 오랜 시간 방치되어 콩팥에 합병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거품이 금방 꺼지지 않고 소복하게 쌓인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피부에도 신호가 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부 변화가 흑색 가시 세포증입니다. 흑색 가시 세포증이란 목이나 겨드랑이처럼 살이 접히는 부위가 검게 변하면서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갖게 되는 피부 병변으로,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때가 낀 것으로 착각합니다. 저도 이 내용을 뒤늦게 알고 나서야 피부 변화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뇨 초기에 주의해야 할 신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변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 물을 자주, 많이 마시게 된다
- 잘 먹는데도 체중이 줄어든다
- 거품이 오래 남는 소변이 자주 보인다
- 목이나 겨드랑이 접히는 부위가 검게 변한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지체 없이 혈액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설마" 하다가 11년을 함께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소리 없이 파고드는 합병증, 왜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가
당뇨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혈당이 어느 정도 높은 상태에서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증상이 없는 수준의 고혈당'이 합병증을 조용히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병이 감기처럼 잠깐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합병증은 크게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뉩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이란 눈, 콩팥, 신경처럼 가느다란 혈관이 집중된 곳에 발생하는 손상을 말합니다. 방치하면 실명이 오거나 신부전으로 이어져 투석 또는 콩팥 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됩니다.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대혈관 합병증은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 뇌로 가는 뇌혈관, 사지로 뻗는 말초혈관에 생기는 손상입니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협심증이 되고,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이 됩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즉 중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이 결국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혈당이 극단적으로 높지 않은 이상 몸에서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다릅니다. 몸이 멀쩡한 것 같은데 내부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 그게 당뇨와 함께 사는 11년의 느낌입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공들인 것들이 이 병 하나로 흔들린다는 게, 사실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수면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제 경험상 잠이 부족한 날 아침 공복 혈당이 유독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혈중 산소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코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됩니다. 코티솔이란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당뇨 환자의 혈당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아침 공복 혈당이 높으면 식후 혈당 상승폭도 커집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복 혈당이 90인 사람과 150인 사람이 같은 식사를 하면, 식후 혈당은 각각 140과 200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혈당 관리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라는 점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 기준 약 16.7%에 달하며, 당뇨병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44.3%가 해당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사실상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고혈당 위험권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비만한 2형 당뇨병 환자가 15kg 이상 체중을 감량했을 때 86%에서 당뇨병이 관해 상태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관해란 당뇨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와 약 없이도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가 이미 진행된 분이든, 전 단계에 해당되는 분이든, 지금 당장 혈당을 재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걸음입니다. 저도 그 검사 하나가 11년 전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몸의 신호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닙니다. 차의 엔진 경고등이 켜졌는데 계속 운전하면 언젠가 길 한복판에 서게 됩니다. 몸도 다르지 않습니다. 신호가 왔을 때, 바로 그때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되신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