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당뇨 (스트레스, 코르티솔, 인슐린 저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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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당뇨 (스트레스, 코르티솔, 인슐린 저항성)

by wm0222 2026. 5. 27.

몸 전체가 아프고 잠은 안 오고 소화도 안 되는데,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만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신 분 계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퇴사 직전 몇 달간 온몸이 맞은 것처럼 쑤시고, 뼈마디마다 아프고, 머리는 멍하고, 눈앞에서 누가 말해도 집중이 하나도 안 되더군요. 그때는 갱년기 탓으로 돌렸는데, 지금 돌아보면 스트레스가 몸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혈당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교감신경
교감신경

스트레스가 혈당을 올리는 생리적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당뇨는 단 음식을 많이 먹거나 살이 많이 쪄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시기에 오히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이 10킬로 가까이 빠졌는데, 우연히 받은 피검사에서 췌장 수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수치가 나빠져 있었습니다. 살이 빠졌는데 수치가 나빠졌다는 게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알아야 합니다. 코르티솔이란 우리 몸이 위협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내보내 몸이 빠르게 에너지를 쓸 수 있게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는 호랑이한테 쫓길 때처럼 단기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살리는 호르몬입니다.

문제는 현대의 스트레스가 5분짜리 위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사 눈치, 대출 이자, 카톡 알림, 자기 전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화면. 몸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코르티솔을 계속 분비합니다. 그러면 간은 계속 당을 만들어 내고, 근육의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이 떨어집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얼마나 잘 반응해서 혈당을 흡수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이게 떨어지면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짜내야 합니다. 처음에는 버티지만, 결국 췌장 베타세포가 지쳐버리면 공복 혈당이 올라가고 당화혈색소(HbA1c)가 상승합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일시적인 혈당 수치가 아니라 혈당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높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인의 경우 이 과정이 특히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예비 용량이 작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이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3명에 육박한다는 수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나는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왜 혈당이 오르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직접적인 경로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혈당을 무너뜨리는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면 붕괴: 코르티솔 과잉으로 수면이 얕아지고 인슐린 감수성이 다음 날 추가로 떨어집니다.
  • 운동 중단: 몸이 이미 지쳐 있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혈당을 저장하는 근육량이 줄어듭니다.
  • 보상적 식욕 증가: 배고파서가 아니라 진정하려고 먹게 되면서 혈당과 인슐린이 더 크게 출렁입니다.

5시간 이하의 단기 수면이 제2형 당뇨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한국인 대상 장기 코호트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출처: 질병관리청), 수면 문제를 단순한 피로로 넘기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를 다루는 몸의 회복력, 이것이 진짜 변수입니다

퇴사하고 나서 몇 달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난 심한 두근거림, 식은땀, 브레인 포그, 무기력증 같은 증상들이 사라지고 나니 이번엔 몸 자체의 신체화 증상으로 한두 달을 더 고생했다는 겁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해서 몸이 바로 회복되는 게 아니더군요. 특히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가장 심각하게 느껴졌는데, 브레인 포그란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력이 극도로 저하되고 사고가 흐릿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말을 하는데 내용이 하나도 머리에 안 들어왔을 때 제가 심각성을 직감하고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관리라고 하면 명상이나 취미 생활 같은 심리적 접근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몸의 기초 체력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마음 관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지쳐 있으면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이것의 기능이 저하되면 신체 전반의 에너지 대사가 무너지고 감정 조절 능력도 함께 떨어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이기려면 마음보다 몸을 먼저 복구해야 한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1. 수면 복원: 밤 11시 이후 스마트폰을 끊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일중 리듬(Diurnal Rhythm)이 서서히 회복됩니다. 코르티솔 일중 리듬이란 아침에 높고 밤에 낮아지는 정상적인 코르티솔 분비 패턴을 의미하는데, 이 리듬이 무너지면 수면의 질과 혈당 조절이 동시에 망가집니다.
  2. 저강도 신체 활동: 스트레스가 심한 날일수록 격한 운동은 오히려 코르티솔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식후 10분 걷기나 가벼운 하체 근력 운동이 혈당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동시에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3. 호흡 패턴 전환: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호흡을 2분간 반복하면 교감 신경이 낮아지고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이건 기분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반응입니다.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 구조가 몸의 회복 속도보다 항상 빠르게 돌아가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몸의 회복 탄력성을 미리 길러두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받은 후 몸이 얼마나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오느냐가 결국 당뇨와 만성 염증을 막는 진짜 변수입니다.

지금도 비슷한 강도의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솔직히 좀 무섭습니다. 그때처럼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증상들이 다시 나타날까 봐요. 그래서 이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갱년기나 노화 탓으로만 돌리기 전에, 지금 얼마나 오래 버텨왔는지를 한 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은 뒤 몸이 회복할 여유를 얼마나 주고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N3B2wL-J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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