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드나들 때도 장요근이라는 근육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복직근, 햄스트링, 기립근은 알았지만, 정작 허리와 골반을 잇는 핵심 근육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펌핑이 되지도 않아서 그냥 모르고 지나쳤던 것입니다. 허리 통증을 달고 살면서도 왜 좋아지지 않는지 의문이었는데, 그 답이 여기 있었습니다.
장요근이 뭔지 알고 있었나요


장요근은 단일 근육이 아닙니다. 대요근(psoas major)과 장골근(iliacus)이 합쳐진 복합 근육입니다. 여기서 대요근이란 흉추 12번부터 요추 1~5번의 척추뼈 앞면에서 시작해 골반을 통과하여 허벅지뼈 소전자(lesser trochanter), 즉 허벅지 안쪽 돌기에 붙는 근육입니다. 장골근은 골반 안쪽 오목한 부분인 장골와(iliac fossa)에서 시작해 같은 지점에 붙습니다.
한마디로 허리뼈에서 시작해 골반을 지나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우리 몸에서 가장 깊숙이 자리한 긴 근육이 바로 장요근입니다. 겉에서 보이지 않고, 복직근 뒤에 숨어 있다 보니 엘리트 운동선수들조차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도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방사통과 오른쪽 허벅지 깊은 불편감을 수년간 달고 살았는데, 누군가 장요근을 짚어준 건 훨씬 나중 일이었습니다.
이 근육의 역할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 고관절 굴곡(hip flexion): 다리를 앞쪽으로 끌어올리는 당기는 힘의 핵심
- 척추·골반 정렬 유지: 허리, 골반, 고관절 세 군데를 동시에 연결해 자세를 잡음
- 혈당 및 대사 조절: 골격근 중 하나로 식후 혈당 처리에 관여
- 호흡 및 자율신경계 유연성: 횡격막, 골반저와 연결되어 호흡 깊이와 회복력에 영향
- 특수한 근섬유 조합: 지구력 섬유와 순발력 섬유가 균형 있게 구성되어 일상 움직임 전반에 관여
골반 전방경사와 허리, 햄스트링의 연결고리
장요근이 만성적으로 짧아지거나 한쪽만 과하게 긴장되면 골반 전방경사(anterior pelvic tilt)가 발생합니다. 골반 전방경사란 골반이 앞쪽으로 기울면서 허리가 과하게 꺾이고, 배가 앞으로 툭 나오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자세 변형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게 몇 달,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습관화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골반이 기울면 직접적으로 부하가 집중되는 곳이 요추입니다. 요추에 과부하가 걸리면 자연스럽게 햄스트링(hamstring), 즉 허벅지 뒤쪽 근육군에까지 긴장이 전달됩니다. 저도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과 엉치 불편감이 지속됐는데, 골반과 허리 정렬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는 걸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증상만 보고 햄스트링 치료만 반복하면 왜 재발이 반복되는지 설명이 됩니다.
장요근과 요추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 호주의 물리치료 연구자 요르겐센이 1993년 호주 물리치료 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장요근이 짧을수록 허리뼈 위쪽 분절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요추 전만(lumbar lordosis), 즉 허리의 전방 곡선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요추 전만이란 허리가 앞으로 과하게 휘는 상태를 말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추간판과 인대에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집니다. 장요근 하나가 자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단순한 이론이 아님을 이 연구는 보여줍니다.
고관절 굴곡근을 이완하는 방법, 직접 해봤습니다
이완에는 마사지와 스트레칭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마사지 위치부터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장요근은 복직근 뒤에 숨어 있어 배를 정면으로 눌러서는 닿지 않습니다.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앞 골반뼈, 즉 ASIS(anterior superior iliac spine, 장골 전상극)를 찾습니다. ASIS란 골반 앞쪽에서 손으로 만져지는 뾰족한 돌기 부위를 말합니다. 이 지점과 배꼽을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서 옆쪽으로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 넣으면 딱딱하게 걸리다가 쑥 들어가는 부분이 생깁니다.
저도 허리 환자라 처음에는 정확한 위치를 못 찾았습니다. 그냥 그 방향으로 가볍게 누른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왔는데, 2024년 MDPI 스포츠 학술지에 발표된 근막 이완 메타 분석에 따르면 장요근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주변 근막을 이완하는 것만으로 관절 가동 범위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결과가 확인됐습니다(출처: MDPI Sports). 정확히 못 찾아도 방향만 맞으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니,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칭은 런지 자세에서 꼬리뼈를 아래로 내린다는 느낌, 즉 골반을 후방경사시킨 상태에서 상체를 세우고 천천히 앞으로 밀어주는 것입니다. 카우치 스트레칭(couch stretch)도 효과적입니다. 소파나 의자에 한 발을 뒤로 얹고 앞발은 90도, 상체는 세운 채 30초~1분 유지하면 장요근과 대퇴직근(rectus femoris), 즉 허벅지 앞쪽 근육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밴드 운동으로 장요근 수축력 키우기
이완만 하면 절반입니다. 수축력, 즉 장요근이 제대로 힘을 낼 수 있어야 완성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힙밴드(hip band)를 양발에 걸고 누운 자세에서 한 발을 가슴 쪽으로 반복해서 올리는 것입니다.
누워서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 있으면 균형을 잡기 위해 기립근과 복부 근육이 개입하면서 장요근만 자극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 서서 다리를 올리면 장요근 운동이 아니라 허리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JCM(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올리는 동작 시 장요근이 최대 힘의 60% 이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출처: JCM). 장요근만 집중적으로 자극하려면 누워서, 실제 달리기나 걷기 동작과 연결하고 싶다면 서서 하는 것이 각각 적합합니다.
허리가 불편한 분들은 처음에는 무조건 누운 자세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여덟 번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양쪽으로 진행하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려가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마사지도 마찬가지인데, 이 부위는 신경이 밀집한 곳이라 처음에는 가볍게 눌러보고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효과가 좋다고 무리하게 과하게 하면 오히려 주변 신경이나 혈관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장요근을 꾸준히 이완하고 강화하는 것은 단기간에 티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수만 번 반복되는 움직임마다 조금씩 효율이 달라지고, 그게 한 달, 일 년으로 쌓이면 몸의 기초 체력과 활력이 전혀 다른 수준이 됩니다. 저도 아직 진행 중이고, 완벽히 찾지 못해도 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더 오래 놓쳤던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장요근을 한 번 눌러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허리 통증이나 근골격계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운동 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