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회복 후 성급하게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재발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저도 수영 접영 연습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어느 날 아침 옆구리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고 나서야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회복됐다고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더군요.
크런치가 왜 허리 디스크 재발을 부르는가

10년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온 저한테 운동이란 당연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요추 4, 5번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다 올여름 수영 접영 웨이브 동작을 배우면서 허리를 심하게 꺾는 동작을 반복했고, 결국 새벽에 몸을 뒤척이다 찌릿한 통증이 와서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신경 주사를 맞고 증상은 가라앉았지만, 이때부터 제가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크런치(crunch)는 윗몸일으키기를 응용한 복근 운동입니다. 여기서 크런치란 상체를 말아 올리는 동작으로 복직근을 수축시키는 운동인데, 이 과정에서 요추(허리뼈)가 심하게 굴곡되면서 추간판, 즉 디스크에 강한 압박이 가해집니다. 디스크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동작을 반복하면 후방 섬유륜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후방 섬유륜이란 디스크 바깥쪽을 감싸는 질긴 섬유 조직으로, 이것이 파열되면 디스크 내부의 수핵(nucleus pulposus)이 밀려 나와 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수핵이란 디스크 중심부에 있는 젤 형태의 물질로, 이것이 신경을 건드리면 방사통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운동 전문가에게 허리가 안 좋다고 말하고 크런치를 배웠다는 사례를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MRI 영상을 직접 판독한 것도 아니고, 디스크가 아직 치유 중인 상처인지 이미 흉터가 진 상태인지 구별하는 건 척추 전문의도 영상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운동하고 나서 엉덩이가 아팠을 때 그걸 근육통으로 오해했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흔한 오류입니다. 크런치를 했는데 엉덩이가 아프다면, 그건 지연성 근육통(DOMS)이 아니라 디스크성 통증이거나 방사통의 전조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연성 근육통이란 운동 후 24~48시간 내 근섬유 미세 손상으로 인한 통증인데, 그 통증이 운동한 부위가 아닌 엉덩이나 허벅지에 나타난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국내 척추 관련 연구에서도 요통 환자의 운동 재활 시 복압을 급격히 올리는 굴곡형 운동은 디스크 탈출 위험을 높인다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디스크 회복 후 운동 순서, 이렇게 밟아야 합니다
운동을 멈춰야 했던 기간,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을 못 하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 기회가 운동 방식 전체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운동 재개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다음 날 아침 통증이 없다면 운동을 지속한다'는 원칙만 기억하세요.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동한 다음 날 아침 통증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심해졌다면, 그 운동이 디스크에 부담을 줬다는 신호입니다. 이 단순한 기준 하나만 지켜도 재발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운동 강도를 올리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척추 위생(spinal hygiene)이란 요추 전만, 즉 허리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한 채 움직이고 생활하는 습관 전반을 말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는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올려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디스크 회복 후 운동 재개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요추 전만 자세를 유지한 걷기 (가장 낮은 강도)
- 엉덩이 근육(둔근) 강화 운동
- 광배근(활배근) 운동
- 플랭크(plank) — 복근 운동 중 가장 첫 단계. 플랭크란 엎드려 팔꿈치와 발끝으로 몸을 지지하는 자세로, 허리를 굴곡시키지 않고 복횡근을 활성화시킵니다
- 맥길의 빅 3(McGill Big 3) — 맥길의 빅 3란 척추 재활 전문가 스튜어트 맥길 교수가 제안한 버드독, 사이드 플랭크, 수정된 컬업 세 가지 동작으로, 허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코어를 강화합니다
- 그 이후에야 크런치 등 고강도 복근 운동 고려
이 순서를 무시하고 중간부터 뛰어드는 게 문제입니다. 제 경우도 접영 웨이브가 딱 그랬습니다. 기초 근력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허리에 강한 굴곡과 신전을 반복하는 동작을 한 것이죠.
지인 중에는 척추 전문의의 가이드를 따르고 운동만으로도 방사통이 사라진 경험을 한 분이 있습니다. 저도 긴가민가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순서를 지키고 신호를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역시 디스크 질환 회복 후 점진적 운동 부하 증가가 재발 예방에 유효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통증이 사라졌다고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방심하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일로 욕심을 한 단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운동 강도를 올리기 전에 반드시 다음 날 아침 몸 상태를 확인하고, 아주 가벼운 운동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 중인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다음 날 아침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부터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척추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