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39살에 당뇨 판정을 받았을 때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혈당이 좀 높은 거겠지, 관리하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보다 훨씬 어린 2030세대에서 당뇨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안일했던 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젊다고 안전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젊은 당뇨, 왜 갑자기 이렇게 늘었을까
혹시 최근 들어 이유 없이 다리에 쥐가 자주 나거나, 피부가 건조하고 가렵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당뇨 판정 받기 전에 그런 증상들이 있었는데,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국내 전체 당뇨병 환자는 2014년 약 207만 명에서 2024년 약 360만 명으로 73%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20~30대 환자는 87,273명에서 156,942명으로 약 80%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체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수치입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왜 이렇게 됐을까요. 원인은 생각보다 복합적입니다. 마라탕, 탕후루 같은 고당류 음식의 유행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요즘 2030 사이에 퍼져 있는 보복성 수면 미루기, 즉 낮 동안 빼앗긴 시간을 밤에 보상받으려는 습관이 당뇨 위험을 높입니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cortisol)을 과다 분비합니다. 여기서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몸을 긴장 상태로 유지시키고 혈당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물질입니다. 잠을 못 자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말랐다고 안심하시는 분 계신가요? 저는 당뇨에 걸리기 전에 딱히 비만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근육량이 적었습니다. 근육은 포도당을 흡수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데, 근육이 부족하면 혈액 속 포도당이 갈 곳을 잃고 혈당이 더 쉽게 올라갑니다. 굶는 다이어트나 운동 없는 감량으로 살과 함께 근육까지 빠진 경우라면 오히려 당뇨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막을 수 있다
혈당이 높다고 하면 보통 달고 짠 걸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에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돼도 세포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혈당을 낮추는 신호가 무시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려다 결국 기능이 떨어지고, 그게 당뇨병으로 이어집니다.
저 역시 초기에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뇨 판정을 받고도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관리를 소홀히 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의 저입니다. 현재 신장과 췌장 기능이 70% 이하라는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 말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초가공 식품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피자와 불닭볶음면, 삼각김밥과 컵라면처럼 편의점 식품을 조합해 매끼 때우는 식습관은 식이섬유가 극히 적고 정제 탄수화물(refined carbohydrate) 비중이 높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도정이나 가공 과정에서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제거된 탄수화물로, 소화 흡수 속도가 빠르고 혈당을 급격하게 올립니다. 이런 식사가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점점 커집니다.
당뇨병이 의심될 때 주의해야 할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유 없이 다리에 쥐가 자주 난다
-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운 증상이 지속된다
- 입이 자주 마르거나 물을 과하게 마시게 된다
- 소변 양이 갑자기 늘었다
- 시력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제 경험상 이런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날 때는 이미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을 때부터 혈당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이 40~50% 가까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 공복혈당(fasting blood glucose)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공복혈당이란 최소 8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로, 당뇨 전 단계나 당뇨병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 지표입니다.
합병증 예방,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당뇨병이 무섭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아시나요? 당뇨병 그 자체가 아닙니다. 당뇨병이 불러오는 합병증입니다.
신장투석, 당뇨발, 시력 상실. 저는 이 단어들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뇨성 신증(diabetic nephropathy)은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당뇨성 신증이란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로, 진행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투석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신장 기능이 70% 이하로 떨어진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초기에 관리를 가볍게 봤던 대가입니다.
20~30대에 당뇨병이 생기면 평균 수명까지 살았을 때 60년 이상을 관리하고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당뇨병을 완치시키는 치료법은 없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젊을 때 걸리면 가볍다는 생각,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오히려 젊을수록 더 오래, 더 혹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방을 위한 식단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 끼니 주먹 하나 이상 크기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접시를 4등분 했을 때 단백질 1, 탄수화물 1, 채소와 건강한 지방 2의 비율로 구성하라고 권고합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되,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채우는 것이 혈당 스파이크, 즉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현상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몸의 한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다음이 넘어집니다. 큰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데, 매일 먹는 음식과 잠 못 자는 밤들이 조용히 몸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당뇨는 예방이 가능한 병입니다. 아직 증상이 없더라도,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시작점입니다. 지금 당장 손에 들린 편의점 음식을 한 번만 다시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