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티박스에서 갑자기 현기증이 왔을 때, 솔직히 그냥 더위 탓이라고 넘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이상한 느낌이 가시질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공복혈당 220, 간수치(AST+ALT) 239, 혈압 200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172cm에 105kg, 나이 50. 과자와 콜라와 떡을 사랑하며 살아온 결과였습니다. 이 글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 20일간의 기록이자, 몸이 에너지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제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존2 트레이닝과 미토콘드리아: 몸이 지방을 태우는 능력을 훈련하는 법

병원에서 당장 입원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혈압약 처방만 받고 나왔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날 바로 18시간 공복을 시작했습니다. 당뇨약과 간 치료 처방은 일주일 후에 받겠다고 했을 때 의사 선생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버틴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공복이 게임체인저라는 단순한 믿음.
그런데 공복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아무 연료나 닥치는 대로 쓰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료를 선택하는 능력 자체가 훈련의 대상이라는 것, 그게 바로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의 핵심입니다. 대사 유연성이란 상황에 따라 탄수화물(포도당·글리코겐)과 지방을 자유롭게 오가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몸의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존2 트레이닝(Zone 2 Training)입니다. 존2 트레이닝이란 숨이 차긴 하지만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수준, 즉 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를 유지하는 낮거나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말합니다. 빠르게 걷기, 가벼운 조깅, 자전거, 로잉 머신 같은 운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강도에서 핵심적으로 자극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입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안에서 포도당·지방산·케톤을 받아 ATP(실제로 몸이 쓰는 에너지 화폐)로 전환하는 에너지 공장입니다. 존2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면 이 공장의 수가 늘고 효율이 좋아집니다. 그 결과 몸은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건 너무 세게 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면 이미 존2를 벗어난 겁니다. 존2의 목적은 몸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지방 산화 시스템에 반복적으로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운동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존2 운동을 12주간 수행한 그룹은 미토콘드리아 밀도와 지방 산화율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습니다(출처: Stanford Medicine).
저는 처음 20일간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18+6 공복(18시간 공복, 6시간 식사 가능)과 절·밀·탄(절제된 밀가루·탄수화물)만 지켰습니다. 그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 체중: 105kg → 93kg (20일간 12kg 감량)
- 공복혈당: 220 → 115
- 간수치(AST+ALT): 239 → 119
- 혈압: 200 → 처방약 복용 중
운동 없이 이 정도 변화가 나왔다는 것은, 공복과 식사 리듬만으로도 몸의 에너지 대사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존2 운동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지금은 기대 반 긴장 반입니다.
탄수화물 타이밍과 지방신생합성: 탄수화물을 끊지 말고 배치하라
제가 처음에 가장 오해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탄수화물 = 나쁜 것. 과자와 콜라와 떡을 끊어야 건강해진다는 건 알았는데, 밥까지 끊어야 하냐는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처음에는 '밥을 먹지 말라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보니 핵심은 탄수화물을 끊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인터벌 운동 전후에는 탄수화물이 퍼포먼스를 실질적으로 돕습니다. 근육 안에 저장된 글리코겐(Glycogen)이 고강도 운동의 주 연료이기 때문입니다. 글리코겐이란 포도당이 근육과 간에 저장된 형태로, 빠르게 분해되어 즉각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움직임이 적은 날, 운동 강도가 낮은 날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채소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적응합니다.
여기서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받은 개념이 지방신생합성(De Novo Lipogenesis)입니다. 지방신생합성이란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했을 때 잉여 포도당이 간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지방으로 합성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지방이 쌓이는 이유가 지방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그만큼 에너지로 쓰지 않으면, 잉여분은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변환됩니다. 과자와 떡을 사랑했던 제 몸에 105kg이 쌓인 것은 이 경로의 결과였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도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고 혈중에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혈당이 높은데 인슐린도 계속 분비되면, 결국 더 많은 포도당이 지방신생합성 경로로 흘러들어 갑니다. 제 담당 의사 선생님이 당뇨약을 막 쓰면 인슐린 저항성만 커진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23년 진료지침에 따르면, 식이 조절과 운동을 통한 인슐린 감수성 개선이 약물 치료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탄수화물의 양과 질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탄수화물 타이밍을 실제로 적용할 때 제가 기준으로 삼은 원칙은 단순합니다.
- 운동 강도가 높은 날: 운동 전후 탄수화물 전략적 섭취
- 운동이 없거나 강도가 낮은 날: 단백질·채소·건강한 지방 중심 식사
- 야식과 간식은 최대한 줄이고, 식사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
- 수면을 충분히 확보 (수면 부족은 혈당 조절과 지방 연소 능력을 동시에 무너뜨립니다)
이 원칙을 지키면서 몸이 탄수화물은 필요할 때 쓰고, 평소에는 지방도 잘 쓰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됩니다. 특별한 보충제나 극단적인 식단 없이, 리듬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20일이라는 짧은 시간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건 분명히 무리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초기 상태가 다르고, 진행 속도도 다릅니다. 다만 제가 확인한 건, 공복과 탄수화물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에너지 대사가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부터는 존2 운동도 루틴에 넣을 예정입니다. 지방을 잘 쓰는 몸은 오래 버틸 수 있고, 탄수화물을 잘 쓰는 몸은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연료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몸, 그게 제가 이번 여름 이후 만들어가려는 목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간수치, 혈압 등 건강 수치에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