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800km를 뛰던 황영조의 훈련량으로 본 러닝의 본질과 다이어트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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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800km를 뛰던 황영조의 훈련량으로 본 러닝의 본질과 다이어트의 함정

by wm0222 2026. 6. 6.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황영조 선수는 월 1,700~1,800km를 뛰며 금메달을 땄습니다. 요즘 국내 마라톤 선수들의 훈련량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저는 한동안 이 숫자를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몬주익 언덕에서 확인한 숫자들

저는 수년 전 바르셀로나 여행 중에 몬주익 언덕을 직접 걸어 올랐습니다. 올라가기 전에는 그냥 '언덕'이려니 했는데, 막상 오르다 보니 경사도에서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 길을 뛰다 걷다 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한국인이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면 황영조 선수의 풋프린트와 기념관이 잘 갖춰져 있어서 괜히 뭉클해졌습니다.

문제는 저는 그냥 걷기만 한 거라는 겁니다. 40km를 뛰어온 상태에서 저 경사를 넘었다는 게,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실감이 안 됐습니다.

운동의 효율을 결정짓는 VO2max, 즉 최대산소섭취량은 우리 몸이 달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산소를 빨아들여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적표입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은 일반인보다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는데, 결국 마라톤의 고통을 견디는 핵심 연료는 이 산소를 다루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엘리트 마라토너는 일반인의 두 배 수준인 70~85ml/kg/min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체육회). 황영조 선수가 2시간 8분대로 뛰던 시절의 세계 기록이 2시간 6분 50초였고, 지금 세계 탑클래스는 2시간 1~2분대를 넘보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현재 2시간 10분 벽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격차가 10분인데, 마라톤에서 10분은 단순한 시간 차이가 아닙니다. 페이스로 환산하면 km당 약 14초 차이로, 이 간격은 42km 내내 쌓입니다.

황영조 선수가 말하는 월 1,700~1,800km 훈련량이라는 숫자도 다시 보게 됩니다. 하루 평균 57~60km입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동호인이 대회 준비를 위해 쌓는 주간 러닝 볼륨(weekly mileage)이 40~60km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러닝 볼륨은 특정 기간 동안 내 발이 지면을 박차고 나아간 총 거리를 말합니다. 단순히 땀을 흘리는 정도를 넘어, 이 숫자가 쌓여야 비로소 근육과 심장이 마라톤이라는 거리를 버틸 수 있는 진짜 지구력이라는 기반이 만들어집니다.

현재 한국 마라톤 성적이 부진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훈련량 부족입니다. 선수 풀 자체도 줄었고, 목표 의식도 달라졌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뛰는 선수를 지금은 찾기 어렵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이어트 러닝, 잘못된 방식으로 뛰면 살이 안 빠지는 이유

빠르게 걷기

러닝을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많이 뛰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라는 벽에 부딪히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러닝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초반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지런히 뛰었는데 체중계 숫자가 오히려 올라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적당한 강도의 러닝은 지방을 태우기 전에 근육량을 먼저 끌어올립니다. 근육이 지방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체중이 늘거나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생깁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에서 고강도로 뛰면 하지 관절, 특히 슬관절(무릎 관절)에 부담이 집중됩니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마다 모든 충격을 오롯이 받아내는 슬관절은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가 만나는 무릎 관절을 뜻합니다. 비만 상태에서 무리하게 뛰면 이 관절은 자기 체중의 3~5배나 되는 엄청난 하중을 반복적으로 두들겨 맞게 됩니다. 비만 상태에서 고속 러닝을 하면 이 관절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져 무릎 연골 손상이나 장경인대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비만 상태에서 러닝을 시작하는 올바른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식단 조정으로 체중을 일정 수준 감량한다. 고체중 상태에서 무리하게 뛰면 부상이 먼저 옵니다.
  • 트레드밀(러닝 머신) 속도 5.5~6.0km/h, 즉 빠른 걸음 수준에서 시작한다. 이 속도는 심박수를 유산소 운동의 핵심 구간인 유산소 역치(Aerobic Threshold) 아래로 유지해 지방 연소에 효율적입니다.
  • 속도를 올리기 전에 30~40분을 같은 페이스로 뛸 수 있는 지구력 기반을 먼저 만든다.
  • 그 기반이 갖춰진 후 속도를 7.0, 7.5, 8.0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지점이 있는데, 그 직전 단계가 바로 유산소 역치입니다. 이 구간 안에서 뛰어야 우리 몸은 지방을 효율적으로 태우면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몸은 급하게 탄수화물을 끌어다 쓰느라 금방 젖산이 쌓여 멈추게 됩니다. 이 구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운동해야 지방 연소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리면 에너지 대사가 무산소 방향으로 전환되어, 오히려 지방 연소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납니다.

아침 러닝과 저녁 러닝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저도 저녁에 뛰고 나서 컨디션이 올라와서 밤이 활발해지는 경험을 해봤는데,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아침에 뛰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아침 운동 후 피로감이 생기면서 야식이나 음주를 자연스럽게 억제하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뛰다가 힘들 때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는 거, 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영조 선수가 훈련 중에 달리는 차에 치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는 솔직히 처음에 읽고 멈추게 됐습니다. 취미로 뛰다 힘들 때 드는 그 기분의 열 배쯤 되는 고통이 매일이었다는 게, 먹먹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라톤에서 중간에 멈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것을 황영조 선수는 '진짜 완주'라고 정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42.195km를 걷다 뛰다 섞어서 들어오면서 완주 메달을 받는데, 그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달리기 대회에서의 완주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부르는 완주가 과연 완주인지 되짚어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든 건강 관리를 위해서든, 러닝을 시작할 때 "많이 뛰면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맞습니다. 기반을 쌓고, 페이스를 지키고, 몸이 준비됐을 때 속도를 올리는 것이 부상 없이 오래 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직접 몸으로 증명한 원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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