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청소의 과학, 오토파지를 깨워 노화를 늦추는 간헐적 단식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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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청소의 과학, 오토파지를 깨워 노화를 늦추는 간헐적 단식의 원리

by wm0222 2026. 6. 5.

저도 처음엔 간헐적 단식이 그냥 살 빼는 방법인 줄만 알았습니다. 1일 1식이 유행하던 시절부터 막연하게 따라 해봤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단순한 칼로리 조절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청소 작업, 오토파지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왜 굶는 것이 항노화에 연결되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운동
운동

mTOR와 AMPK, 몸속 성장과 청소의 스위치

솔직히 이 두 단어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눈을 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리를 알고 나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mTOR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를 키우라고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성장 스위치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어 탄수화물이 들어오거나 단백질 속의 류신 성분이 감지되면, 이 스위치가 켜지면서 세포들은 성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20대 이전까지는 이 성장이 필요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mTOR가 켜질수록 노화 속도도 함께 빨라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대편에는 AMPK(앰프카)가 있습니다. 반면에 AMPK는 에너지가 뚝 떨어졌을 때 켜지는 비상 신호입니다. 굶주림이나 격렬한 운동으로 몸이 에너지를 원할 때 활성화되는데, 세포 곳곳에 쌓여있던 낡은 폐기물을 끄집어내어 다시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mTOR와 AMPK는 기본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나가 켜지면 다른 하나는 꺼지는 구조입니다.

오토파지(자가포식)란 바로 이 AMPK가 켜졌을 때 세포가 스스로 내부 폐기물을 먹어 에너지로 전환하는 현상입니다. 대표적으로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와 잘못 접힌 단백질이 그 대상인데, 둘 다 방치하면 강력한 염증 물질이 됩니다.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는 활성산소를 과잉 방출하고, 잘못 접힌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오스미 요시노리의 발견, 노벨상이 된 굶주림의 과학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단독 수상이었습니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받았는데, 통상 최대 세 명에게 주어지는 상을 혼자 받았다는 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여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건 오스미 교수가 처음부터 항노화를 목표로 연구한 게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과학계는 모두 세포핵과 DNA 쪽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 오스미 교수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세포질 안의 액포를 파고들었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겠다"는 그 선택이 결국 인류에게 오토파지라는 현상을 선물한 셈입니다.

그가 해낸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효모를 굶기고 리소좀을 제거해 오토파지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한 것, 두 번째는 돌연변이 효모 수만 마리를 분석해 오토파지를 제어하는 ATG 유전자 15개를 찾아낸 것입니다. 여기서 리소좀은 세포 안에서 돌아다니는 소화 효소 주머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토파지 과정에서 우리 몸이 수거해 온 낡은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 같은 폐기물을 아주 깨끗하게 녹여서, 다시 몸을 돌릴 수 있는 생생한 에너지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리소좀을 없앤 돌연변이 효모를 굶겼더니 오토파고좀이 사라지지 않고 세포 안에 가득 쌓이는 걸 1992년에 처음으로 실시간 관찰했습니다.

간헐적 단식, 얼마나 굶어야 의미가 있을까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는 꽤 양극단의 의견이 있습니다. "16시간만 굶어도 충분하다"는 쪽과 "그 정도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쪽이 공존합니다. 저는 1일 1식과 가벼운 런닝 30분을 조합해 꾸준히 해봤는데, 체중이 줄고 건강 지표들이 실제로 개선되는 건 직접 확인했습니다.

원리적으로 보면, 굶기 시작한 지 약 4시간이 지나면 mTOR가 꺼지면서 오토파지 신호가 약하게 켜집니다. 12시간을 넘기면 AMPK가 독립적으로 강하게 활성화되면서 오토파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됩니다. 그리고 24시간이 가까워지면 오토파지가 최고조에 달하지만, 이 시점부터는 정상 세포까지 손상될 수 있고 암세포가 오히려 오토파지를 이용해 생존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16시간 단식이 사실상 국룰로 자리 잡은 겁니다. 오토파지 이득을 충분히 취하면서 과도한 부작용은 피할 수 있는 시간대가 16시간에서 24시간 사이라는 거죠. 실제로 1년 넘게 매달 3일 단식을 실천한 분의 경험을 보면, 처음엔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했지만 점차 브레인 포그가 사라지고 염증 수치가 개선됐다고 합니다. 골격근량 변화는 없고 체지방만 줄었다는 인바디 수치는 꽤 설득력 있습니다.

단, 간헐적 단식을 무조건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오토파지로 항노화를 노리기에 적합한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은 명확하게 나뉩니다.

  • 성장기 청소년,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섭식 장애가 있는 분은 간헐적 단식을 하면 안 됩니다.
  • 비만이나 대사질환이 있는 건강한 성인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 마른 당뇨나 간경변 같은 소모성 질환이 있는 분은 오히려 더 자주, 더 많이 드셔야 합니다.

60세 이상에서는 mTOR를 억제해서 얻는 항노화 이득보다 근감소증으로 인한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노인의학회).

운동이 오토파지를 켠다는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으로 자가포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실천 자체가 쉽지 않은데, 운동이 같은 효과를 낸다면 훨씬 지속 가능하니까요.

원래 mTOR와 AMPK는 서로 억제하는 관계라고 했는데, 운동은 예외적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강하게 자극합니다. 근력 운동을 하면 mTOR가 켜져 근육이 만들어지고, 이후 생성된 젖산이 별도 경로로 mTOR를 억제하면서 오토파지가 뒤따라 켜집니다. 쉽게 말해 만들고 바로 청소까지 하는 구조입니다. 유산소 운동은 AMPK를 강하게 자극해 미토파지를 활성화하는데, 미토파지란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특이적으로 잡아먹는 오토파지의 한 형태입니다.

제가 직접 가벼운 근력 운동을 추가해본 결과, 단식만 할 때보다 전반적인 컨디션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빡세게 운동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가 운동 자체를 그만두게 될까봐 중강도로 꾸준히 유지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싫어하게 되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지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HIIT(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가 오토파지 유발 면에서 임상 근거가 가장 많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뒤지지 않습니다. 굳이 순서를 매기기보다는 셋 다 각각의 방식으로 오토파지를 켠다고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결국 오토파지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야식을 끊고, 식사 간격을 조금 늘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라파마이신, 메트포르민, 유롤리틴 A 같은 약물이나 영양제도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사람에게서 생체 시계를 되돌렸다는 확실한 임상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이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생활 습관만큼 꾸준하고 안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그냥 최선이라는, 어쩌면 가장 재미없는 결론이 가장 정확한 답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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