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이 몸에 좋다는 걸 의심한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고기가 건강의 적이라는 말을 그냥 믿어오지는 않으셨나요? 저도 오랫동안 고기를 멀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관절이 놀라울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그때부터 이 주제를 좀 더 깊이 파고들게 됐습니다.
항영양소가 정말 독일까
렉틴, 피트산, 옥살산. 이른바 항영양소(anti-nutrient)의 삼총사입니다. 항영양소란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합물로, 인체 내에서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소화기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총칭합니다. 콩류와 통곡물을 채식의 핵심 식품으로 올려놓자마자 이 세 가지가 따라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성분들이 꽤 위협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피트산을 예로 들면, 칼슘·철분·마그네슘 흡수를 방해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도 마그네슘과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아연도 구리 흡수를 억제합니다. 그렇다고 아연이나 칼슘을 독극물 취급하지는 않잖습니까. 게다가 초기 피트산 연구 상당수는 동물 실험을 기반으로 했고, 실험 대상이 먹지도 않는 양을 억지로 먹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이 일상적인 식사에서 섭취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렉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 즉 장 속에 사는 수십 조 마리의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한 상태라면, 렉틴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이미 존재합니다. 오히려 적절한 용량에서는 항암 효과를 보이는 연구 결과도 14편 이상 있습니다. 현대인의 장 환경이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 그걸 렉틴의 탓으로만 돌리는 건 혼란 변수를 무시하는 겁니다.
옥살산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시금치 100g에 옥살산이 약 1,000mg 포함돼 있지만, 실제 문제를 일으키려면 하루 500g 이상을 장기간 섭취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걸 매일 그 양만큼 먹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장 속에는 옥살로박터(Oxalobacter formigenes)라는 옥살산 분해 균이 존재하고, 칼슘과 함께 섭취하면 그냥 결합해서 배출되기도 합니다.
조리법도 핵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채식의 기본은 반드시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발효된 식품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콩을 날로 먹어서 문제가 생긴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그건 조리를 안 한 극단적인 경우였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채식만으로 지킬 수 있을까

"고기만 먹으면 장이 망가진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그냥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을 이야기할 때 식이섬유가 빠지지 않습니다.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부족하면 유해균이 과증식하여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뇌-장 축(gut-brain axis), 즉 장과 뇌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호르몬 연결 경로를 통해 불면증이나 우울증 같은 증상과도 연결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만 먹고 사는 건 아닙니다. 단백질을 분해하는 균, 장 점막의 뮤신(mucin)을 먹고 사는 아커만시아 무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같은 균도 존재합니다. 순수 육식을 하는 고양잇과 동물도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는 건 같은 이유입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개인차입니다. 제 주변만 봐도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를 먹고 오히려 가스가 차고 더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나 소장 내 세균 과다 증식(SIBO, 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환자에게는 식이섬유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SIBO란 소장에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상태로, 식이섬유가 오히려 이 균들의 먹이가 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 전문 클리닉에서 카니보어 식단을 단기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이건 2~4주 단위의 치료적 접근이지, 평생의 식이 방식으로 처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제가 내린 잠정 결론은 이렇습니다. 장내 환경은 사람마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습니다. 고기가 장을 망친다거나, 채소가 장을 살린다는 단선적인 결론은 통계 속 개인을 지워버리는 겁니다.
가공식품과 대장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공식 지정한 내용입니다(출처: WHO 국제암연구소). 베이컨, 소시지, 햄 같은 가공육은 담배,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 분류 등급에 올라 있습니다. 또 적색육은 2A군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꽤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첫째, 가공육과 신선 적색육은 다릅니다. 아질산나트륨을 포함한 가공육 문제를 신선한 소고기나 양고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논리적 비약입니다. 둘째, 대부분의 적색육과 대장암 연구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입니다. 관찰 연구란 실험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고기를 많이 먹는 집단은 동시에 정제 탄수화물, 음주, 흡연 비율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혼란 변수를 배제하지 않으면 고기가 원인인지, 전체적인 식습관이 원인인지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적색육 섭취가 대장암 위험을 17% 높인다는 상대 위험도(relative risk)가 있더라도, 절대 위험도(absolute risk)로 환산하면 평생 발병 확률 차이는 약 0.6%포인트 수준에 불과합니다. 상대 위험도란 비교 집단 대비 위험이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고, 절대 위험도란 실제로 해당 질병에 걸릴 확률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수치에 과도하게 겁먹게 됩니다.
제가 진짜 동의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어떤 식단이든 가공식품 비율을 줄이면 컨디션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습니다. 가공식품을 줄였을 때 소화가 안정되고, 피로 회복도 빨라졌습니다.
실제로 식이 패턴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을수록 대장암·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패턴이 일관되게 관찰됩니다(출처: PubMed/NCI). 고기 자체보다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느냐가 핵심이라는 방향으로 저는 읽고 있습니다.
아래는 식단 선택 시 제가 실제로 고려하는 기준입니다.
- 육류는 항생제·성장호르몬 사용 여부, 사육 방식을 확인합니다
- 채소는 가능하면 열처리나 발효 과정을 거쳐 항영양소 부담을 줄입니다
- 콩류는 하루 이상 물에 불리거나 발효된 형태로 섭취합니다
- 가공육(햄, 소시지, 베이컨)은 가급적 배제하고 신선육으로 대체합니다
- 글리포세이트 등 농약 노출이 많은 작물은 유기농으로 선택합니다
결국 채식이냐 육식이냐는 질문 자체가 좀 단순할 수 있습니다. 몸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저는 몸이 우주 같다고 느낍니다. 남들이 좋다는 식단이 저한테는 안 맞을 수 있고, 고기를 끊었을 때 더 좋아지는 분도 있고, 저처럼 다시 먹으면서 오히려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의 말도 참고는 되지만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 먹고, 반응을 보고, 조정하는 실험 과정이 빠질 수 없습니다.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과 스트레스 관리를 병행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어떤 식단을 선택하든 흔들리지 않는 기본값으로 두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